장비실

카오스의 미학, 장비실에 들어서면 마치 스트릿 아티스트의 작업 공간 같다. 바닥 곳곳에 흩어진 삼각대와 케이블, 선반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카메라 렌즈와 조명들, 조용한 창고이지만 그 속은 늘 촬영 현장의 열기로 가득하다.

한쪽 벽에는 크고 작은 배터리가 쌓여 있다. 체험했던 순간을 담기 위해 언제든지 꺼낼 수 있도록 손 닿는 곳마다 촬영 장비들이 대기한다. 마이크와 레코더, 각종 스탠드, 그리고 수십 개의 케이블이 서로 엉켜 복잡하게 얽혀 있는 풍경, 그 어질러진 공간에서 창조의 에너지가 솟아오른다.

서로 다른 브랜드, 각기 다른 색과 크기의 장비들이 나란히 줄을 선 모습을 보면, 장비실도 결국 하나의 스트릿 패션처럼 보인다. 무질서 속에서 피어오르는 독특한 분위기가, 냉정하면서도 거칠게 빛나는 거리의 밤처럼, 스튜디오의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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공간은 우리를 말한다.